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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시선으로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다

by 안녕하세요 경달씨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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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50대는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느끼는 감각도 더 깊어집니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고통을 관찰하는 시선과 뉴스와 사진 속의 타인의 아픔,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연민과 피로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이 글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50대의 시선으로 읽으며 공감과 감정의 거리, 그리고 삶의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타인의 고통 이미지

1. 타인의 고통, 우리는 정말 공감하고 있을까?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언론, 전쟁 사진, 재난 영상 등을 통해 타인의 고통이 '보여지는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 속에서 고통받는 타인을 마주하지만, 그 수많은 이미지들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공감이 무뎌지는 감정의 피로를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50대는 이런 감정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는 나이입니다. 젊을 때처럼 쉽게 분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무 감흥 없이 넘기기에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손택은 "사진은 고통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것을 거리 두게 한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가 바라보는 고통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재현’에 가깝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적당한 감정만을 허락한 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손택은 오히려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고통에 대한 진지한 자세, ‘그들의 고통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도덕적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50대는 이제 사회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인생의 유한함을 실감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줍니다.

 

2. 감정의 거리 두기,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타인의 고통>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과 '무관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손택은 “충격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처음엔 마음 아파하다가도, 반복되는 장면에 우리는 익숙해지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50대는 이미 수많은 삶의 풍경을 지나오며, 사람의 복잡한 감정과 한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세대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손택은 묻습니다. "당신은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가, 아니면 너무 많은 말을 하는가?" 어쩌면 그 사이에서 겸손하게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고통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것이며, 우리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공감'이라는 말보다, '존중'과 '기억'이라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지금 50대인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쉽게 재단하거나 휘둘리기보다, 그 고통이 이 사회의 일부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3. 왜 50대에 <타인의 고통>을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언뜻 보기에 전쟁과 사진, 언론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읽다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와도 깊이 맞닿아 있는 철학서임을 깨닫게 됩니다. 50대는 단지 나이로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깊이와 사회적 역할의 무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자각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타인의 고통>은 ‘타인’이란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 ‘나와 무관한 고통’에 대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윤리적 선택이 무엇인지 묻는 책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잊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손택의 글은 우리가 뉴스 화면을 그냥 넘기지 않고, 사진 한 장을 오래 바라보며, 그 고통에 대해 침묵 속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태도가, 50대 이후의 삶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4. 결론: 고통을 본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

<타인의 고통>은 고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가? 얼마나 멀어졌는가? 얼마나 책임을 느끼는가? 50대에 접어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고통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진짜 공감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며>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것, 바로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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